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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안정과 정책의 일관성

교수님 글
작성자
In Kwon Park
작성일
2022-04-04 10:26
조회
481
대학신문 2022년 4월4일자 기고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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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정권 인수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출범해 여러 분야에서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무슨 조직과 제도는 폐지하고, 무엇 무엇은 새로 만들겠다고 공언한다. 많은 국민들은 특히 주택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크다. 이 정책은 자신의 주거 안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인수위는 임대차 3법 폐지, 대출 및 재건축 규제 완화,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소득세 완화 등을 통해 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많은 정책들을 뒤집겠다고 한다.

정권이 바뀌어 정책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과거 주택정책은 기본 철학부터 일관성 없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었기에 걱정이 앞선다. 역대 정부들은 주택 가격의 안정과 경기 부양 사이에서 동요했다. 1960년대 후반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박정희 정권이 도입한 ‘부동산 투기 억제세’를 시작으로, 주택 가격이 오를 때 정부는 조세와 각종 규제를 강화해 수요를 억제하고 주택 공급을 확대했다. 그러다 경기가 둔화되면 정부는 다시 억제책들을 완화함으로써 주택 수요를 늘리고, 이를 발판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공교롭게도(?) 진보 성향의 정부 때는 주택 가격이 상승해 주로 시장을 억제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보수 성향의 정부가 집권하면 이를 푸는 관행이 반복됐다.

정권 교체에 따른 주택 정책의 변동은 정책 실패의 스토리와 맞물려 있다. 보수 정권이 경기 부양을 위해 조세와 규제를 완화하면 주춤하던 주택 시장은 몇 년 후 결국 달아오른다. 시장 과열기에 진보 성향의 정권이 들어서서 정부는 주택 가격을 잡으려 세금을 올리고 각종 규제를 강화한다. 그래도 수요는 즉각 떨어지지 않는다. 워낙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데다가 큰돈이 왔다 갔다 하고 절차도 복잡해서 사람들은 쉽사리 움직이지 않고 눈치만 본다. 조세정책이 바뀌더라도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주택을 새로 짓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매물은 나오지 않고, 그럴수록 불안한 심리 때문에 수요가 증가해 가격은 더 오른다. 그 사이 몇 년이 흐르고 정책 실패에 분노한 민심 때문에 정권이 교체된다. 사람들이 이성을 되찾고 각종 수요 억제 정책들이 체감되기 시작한다. 때마침 새로 개발한 택지에서 주택이 대량으로 공급되고 매물이 시장에 쏟아진다.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시장이 얼어붙는다. 이때 정부는 다시 규제를 풀고 주택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기존 정책을 모조리 다 뒤집는다. 몇 년이 흐른 뒤 이것은 새로운 불씨가 돼 주택 시장은 다시 과열된다. 이렇게 과열과 냉각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정책 실패의 뻔한 스토리의 중심에는 늘 변화무쌍한 정부가 있었다. 정부의 주택정책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악화시켰다. 정부는 일관되지 못한 정책 추진을 통해 신뢰를 잃었고, 시장 참여자는 정책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학습효과’를 통해 사람들은 “결국 버티면 정부는 물러선다”라는 그릇된 믿음을 갖게 됐다. 믿을 수 없는 정부 정책은 주택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시장 참여자들의 투기적 행태를 부추겼다.

새 정부가 이전 정부의 주택정책을 뒤집는다고 하니 또 한번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 주택 시장이 채 안정되기도 전부터 규제를 다 풀겠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새 정부는 과거 정부들이 반복한 실패를 진지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역대 보수 정권처럼 이전 정부의 정책을 뒤집으면 몇 년이 흐른 뒤 주택 시장 과열로 인해 다시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

대다수 국민은 아직도 주택 가격이 너무 높다고 느낀다.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주택 가격을 잡기 위한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경기가 좋든 나쁘든 주택 가격만큼은 안정시킨다는 확고한 철학과 장기적 로드맵을 가져야 한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기존 정책을 모조리 뒤집기보다는 변화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럴 때 국민들도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고 정책에 순응해 안정감 있게 행동하며 결과적으로 주거 안정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대학신문(http://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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